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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슴이가 죽었다. 11개월의 간병기가 끝이 났다.

2023년 7월 9일 데려온 사슴이가
결국 세상을 떴다. 딱 11개월 더 살았다.
워낙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많이 볼 수 있는
곳을 다녀서 그런지 키우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,
사슴이는 많이 다친 상태였다,
이미 등갑이 갈라지고 몸통 내장이
살짝 보이는 상태였기에 데려왔다.
무언가에 깔린 모양이었다.
정상 상태의 사슴벌레라면 자연이 알아서
잘 키우겠지만, 이 녀석은 놔두면
무조건 죽을 녀석이었다.
어찌 애지중지 잘 키웠다.
사슴벌레가 살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
조성해주려고 애를 썼다.
특히 다쳤기에 더더욱 용을 썼다.
여름에는 얼음도 이용하면서 길렀다.
직접 생식기도 집어넣어주었다.

그래도 제 수명을 다 살고 간 것 같아
좋긴 한데, 한낱 곤충이라고 해도
정이 들었고 죽음은 달갑지 않다.
한 때는 귀찮기도 했다. 통을 대체 얼마나
자주 갈아줘야 하는지...
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바나나도 안 먹어서
곤충 젤리로 대체했다. 곤충 젤리도
종류를 바꿔 이 녀석에게 줬다.
움직이지 않고 젤리에 파묻혀있길래
잘 먹고 있구나 했는데 너무 오래
자리의 변화가 없길래 꺼내보았더니
죽어있었다. 그런데 살짝 미동이 있어서
막 만져보았다. 죽지 않으려고
있지도 않은 힘으로 용을 쓰는데 안쓰러웠다.
여태껏 그래왔듯 또 힘 없이 있다가
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해보지만
이젠 미동도 하지 않는다.
손에 올려놓아도 너무 가볍다.
나도 죽으면 발버둥을 칠까.
아니면 편하게 눈을 감을까.
옆에 있어줘서 고마웠다.